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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개운하기

theJungs 201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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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0권을 읽자. 왜? 책 속에 길이 있으니까. 
나는 왜 1년에 책 100권을 읽는가? 책 속에 드라마 PD가 되는 길이 있었으니까.  

추천도서 목록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독서의 동기부여라 생각한다. 여러분께, 내가 그동안 독서로 인생을 바꾼 경험담을 들려드릴까 한다. 독서로 인생을 바꾼다니, 자기 계발서 얘긴가 싶겠지만, 그렇진 않다. 말 그대로 책을 읽어 인생을 바꾼 이야기다. 

어느 공대생이, 책을 읽다, 드라마 PD가 된 거짓말같은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

19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 난 늘 미래가 불안했다. 특히 앨빈 토플러의 '미래 충격'을 읽고 더 그랬다.


토플러의 책을 읽고 느낀 점은, 내가 주로 살아가게 될 21세기는 20세기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당시 공대생이었던 나를 뒤흔든 토플러 3부작. '미래 충격' '제3의 물결' '권력이동'. 산업혁명이 20세기를 바꾸었다면 정보 혁명은 21세기를 뒤흔들 것이다. 

 

지난 세상을 기준으로 앞날을 계산하는 건 바보짓이다. 당시 나는 공대를 다니고 있었다. 이유는? 1970년대와 80년대가 공업 중심 시대였고, 엔지니어가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토플러의 책을 읽고 느낀 건, 과거의 기준이 미래에는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갈 21세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것인데,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부를 하며 끙끙거릴 이유가 어딨는가? 공학 전공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또 책 속에 있었다. 

존 나이스비트의 '메가트렌드'를 읽었다. '메가트렌드'는 글로벌 경제의 부상과 그 중요성을 역설한 책이다. 1980년대 말은 아직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토마스 프리드만의 역작,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가 나온건 21세기 초다. 토플러와 나이스비트의 조언을 종합해보니, 21세기는 정보화 시대이자 국제화 시대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변화 무쌍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영어 사용 능력과 국제 감각이 필요했다. 

마이클 포터의 '국가 경쟁 우위론'을 읽고, 내가 남과 다른 경쟁 우위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 영어다. 영어를 남보다 더 잘하도록 해보자. 요즘에야 영어가 필수 스펙이지만 1980년대 후반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만 졸업해도 다 취업이 되던 시절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언젠가 글로벌 시대가 오면 영어가 필요하리라는 믿음 하에 독학에 매진했다. 왜? 당시에는 유학이나 어학연수는 커녕 해외 여행 자유화도 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럼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내가 선택한 직장은? 바로 무역상사였다. 마침 1992년 유럽 배낭 여행을 통해 해외 여행의 꿈도 커졌다. 그래, 무역상사맨으로 세계를 주름잡으며 한국의 수출 역군이 되는거야!

인생이 책처럼 쉽게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전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분명히 미래 트렌드를 읽었다고 자부했건만, 현실은 제대로 읽지 못했다. 당시 나는 7군데 무역회사에 원서를 넣었다가 7군데 전부 1차 서류 탈락을 당했다. 당연하지, 무역 학과 전공자를 뽑는데 공대생이 응시했으니... 그것도 영어 공부만 하느라 전공 학점은 2.8이었으니... 

당시 최고의 무역회사였던 삼성 물산을 찾아갔다. 삼성 물산은 그 해 공채가 없었고 특채만 했다. 삼성본관에 있는 그룹 인력개발본부를 찾아가 그 특채의 기준이 뭐냐고 물어봤다. "관련 전공 성적 우수자나 외국어 특기자입니다." 전공은 아니지만, 독학한 영어는 최고 수준이라고 우기며 나를 특채해 달라고 졸랐다. 담당자의 답변. "삼성은 구멍가게가 아닙니다. 그렇게 원칙 없이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삼성 본관을 나서며 하늘을 우러보며 장탄식했다. "삼성이 천하의 인재를 잃는구나." (이건 삼국지에 나오는 방통의 대사다.^^ 난 누가 나를 거절하면, 절대 좌절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운이 그 뿐이라며 안타까워할 뿐이다. 그렇게 사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더라.)  

효성물산에 서류 접수했을 때의 수모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자기소개서에 독학으로 영어 공부한 내용을 쓰고, 토익 성적서를 첨부했다. 그런데 접수하던 여직원이 자기소개서에 붙어 있던 토익 성적서를 떼어, 내가 보는 앞에서 휴지통에 버렸다. "아니, 그걸 왜 버리시죠?" "지정된 서류 외에는 접수 받지 않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그 시절에는 입사 전형에서 토익이 제출 서류가 아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결국 나는 당시 토익으로 입사 시험을 보는 몇 안되는 회사 중 하나에 지원했다. 한국 3M이라는 미국계 기업이었다. 필기 시험이 토익이었으니 당연히 응시자 전체에서 토익 성적 1등으로 입사했다. 

인생이란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한국 제품을 해외에 내다 파는 수출 역군이 되겠다고 영어를 공부했는데,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결국 미국 제품을 한국에 수입해서 파는 회사의 국내 영업 사원이 된 거다. 

그게 인생이다.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에서 나를 받아 주지 않으면, 
나를 받아 주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 수 밖에... 

그래도 나는 책에 감사한다. 
세계화 시대, 정보화 시대가 온다는 것을 남보다 빨리 알았기에 
영어를 남보다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그때 익힌 영어는 인생의 위기마다 도움이 되었다.

그럼 어쩌다 PD가 되었냐고? 난 늘 책을 1년에 100권 정도 읽는다. 영업 사원을 하면서도 책을 읽었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여기서 언급한 책들은 20년 넘은 책들이다. 지금 읽는건 권하지 않는다. 이 책들에서 예측한 미래는 이미 다 일어난 과거니까.^^)

1편을 통해, '토플러 3부작'과 '메가트렌드'를 읽고, 공대생이었던 내가 전공을 팽개치고 영어를 공부한 과정을 썼다.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엔지니어 대신 무역상사맨이 되기 위해! 그러나 비전공자와 낮은 학점을 이유로 결국 삼성물산에 입사하지 못하고, 한국 3M의 영업 사원이 된 이야기까지가 지난 줄거리였다.^^

영업 사원으로 살며, 참 즐거웠다. 무엇보다 인생의 첫 직업을 영업으로 시작했다는 점에, 난 아직도 감사한다. 영업을 통해 세상살이에 대해 많이 배웠다. '영업으로 배우는 세상 이야기.' 이것도 글 하나 나올 것 같으나, 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왜 영업사원을 그만두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역시 이유는 책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늘 책에 빠져 살았다. 직장인이 되었으니, 직장 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직장인을 위한 자기계발서를 많이 봤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를 즐겨 읽었는데, 책에서 권한 것은 '되도록 많은 나라에 가서 똥을 누라.' '20대에는 회사를 박차고 나와 새로 시작하라.' 이 책은 가볍게 읽기에 좋다.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 들여다봐도 도움되는 얘기가 있다.

그러다 '종신 고용의 시대가 끝난다'라는 일본 경영서를 읽게 되었다. 지금은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93년 당시, 일본은 종신고용의 시대, 회사 인간의 시대였다. 첫 직장이 곧 평생 직장이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읽은 책마다 일본의 거품 경제가 곧 꺼지고, 그러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건 직장인들이라고 나와 있었다. 70년대, 80년대의 고도 성장 시기가 끝나면, 경제의 조정 국면이 온다. 이때 여러 기업이 무너질 것인데, 여기서 취약한 것이 회사가 평생 고용을 보장해 줄 줄 알고 직장 안에서 안주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책마다 주문한 것이, "직장인이 되지 말고 직업인이 되라"는 것. 회사에 목메고 살면, 그 회사가 문닫는 순간 밥줄도 잘린다. 그러나 전문 직업인이 되면 언제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사진은 '부산 갈맷길' 중 '해운 삼포가는 길'의 시점, 동백섬 산책로. 매일 아침, 난 내가 어느 곳에 있건 산책을 나간다. 책 한 권 들고...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민과 사색을 통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 역시 꼭 필요하다.)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영업 사원, 분명 재미난 직업이긴 했지만, 전문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 영업의 최고 자질은 열정이다.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난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열정을 가진 청년들에게 언제든지 내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는 게 영업 사원이다. (아무리 열정만 있으면 된다해도, 다단계만은 하지 마시라. 20대, 가진 것 별로 없는 그대에게, 그나마 가장 소중한 자산이 자긍심과 주위의 신뢰다. 두 가지 다 잃는 게, 다단계 영업이다.) 

직장인을 위한 자기 계발서마다, '대체재가 없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누구나 다 하는 공통 스펙이 아니라, 자신만의 스펙을 갖추라고 주문했다. 무엇보다 21세기는 직장인보다, 전문가가 살아남는 시대라고 했다. 고민 끝에, 영업사원이라는 직장인에서 동시통역사라는 전문 직업인으로의 인생 전환을 꿈꾸게 되었다. 
(그 과정이 궁금하신 분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라.)
2011/09/08 - [공짜 영어 스쿨] - 외대 통역대학원 도전기


94년 봄, 1년 반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주위에서 다들 말렸다. 당시는 첫 직장이 평생 직장이던 시절이라, 걱정들 많이 했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지 않아 IMF가 터졌다. 명예퇴직과 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평생 직장이라 여겨왔던 일터에서 쫓겨났다. 고용안정성은 고도 성장기만의 특수한 상황이라 외치던 경영학자들의 예언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구조조정의 달인, 잭 웰치의 책이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마이크 해머의 리엔지니어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이런 움직임은 1990년대 초반에도 있었다. 다만 이같은 현실이 닥치기 전에는 사람들이 이런 책을 읽지 않았을 뿐이다. 1998년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들이 쓰러지고, 한국 3M역시 구조조정을 겪었다. 내 후임으로 입사한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는 소식까지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5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책을 읽어 인생을 바꾸지 않았다면, 내 삶도 어떻게 변했을지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하나 뿐이다. 책 속에 미래가 있다. 책을 통해 스스로를 바꾸지 않으면, 세상의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의 시대가 온다는 책을 읽고, 직장을 그만두고 통역사가 되었다. 그런데, 왜 방송사 PD가 되었냐고? 그건 또 다음 시간에 들려드릴 얘기다. 오늘은 여기까지~
 

 
공업 중심의 시대에, 세계화가 온다는 책을 읽고 영어를 공부하고, 종신고용의 시대에, 구조조정의 시대가 온다는 얘기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렇게 통역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날 정말 두려운 책 한 권을 읽게 된다. 이름하여, 제레미 립킨의 '노동의 종말' 

(나를 MBC PD로 만든 단 한 권의 책?)

이 책을 보면, 19세기 산업 혁명의 여파로, 20세기는 육체 노동을 기계가 대신해 주는 세상이 되었다. 그럼 20세기말 정보 혁명은 어떤 세상을 가져다 줄까? 21세기는 고도로 발달한 정보화기기가 정신 노동을 대신해 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인류가 처음으로 육체 노동과 정신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유토피아가 될 것인가? 아니면 소수의 자본가가 산업을 독점하고 대다수 노동자는 노동의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가?

내가 96년 여름에 읽은 이 책은 이제와 돌이켜보면 간담이 서늘해지는 미래 예견서이다. 미래라고 하지만, 98년 IMF 이후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노동 소외 현상을 그대로 짚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게 더 두려웠던 대목은 따로 있다. "10~20년이 지나면 자동 번역 프로그램과 자동 통역기가 나와 통번역사 역시 실직하게 될 것이다." 소사, 소사, 맙소사! 겨우 공부해서 통역대학원에 들어왔더니, 이 직업이 곧 없어진다고?

그럼 과연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직업은 무엇일까? 책을 뒤져보니, '미래에도 살아남을 직종은 예술가다. 지식의 2차 유통이나 재생산은 정보화 기기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나, 영상 정보나 미디어의 1차생산자는 컴퓨터가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TV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21세기 영상 문화를 선도할 MBC에서 창조적인 미디어 일꾼을 찾습니다." 그렇게 나는 통역사에서 PD로 직종을 선회했다. 

물론 단순히 책 한 권 때문에 인생을 바꾸진 않았다. 남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직업보다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영어는 무언가 일을 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만으로 평생을 먹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책에서 읽은 세상의 흐름을 통해, 21세기에는 방송 PD가 각광받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게 되었으니, 결국 책 때문에 인생이 바뀐 셈이다.

(블로그 사진 촬영을 위해 서재에서 책을 찾아 펼쳐보니, 96년 캐나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사온 책이다. 2011/09/16 - [짠돌이 여행일지/짠돌이 세계일주] - 짠돌이 세계일주 5. 캐나다 편 참조.)
  
독서로 인생을 바꾸는 법... 보기보다 단순하지는 않다. 책 한 권을 읽고 인생을 바꾸는 예는 없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어야, 세상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 말콤 글래드웰의 3부작, '티핑 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를 읽었다면 알 것이다. '블링크'는, 충분한 정보의 양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함부로 내리는 직관적 판단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아웃라이어'는 어느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10만시간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티핑 포인트'는 어느 임계점에 이르면, 세상은 순식간에 변한다고 말한다. 대중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다 필독서이다.


책 한 권 읽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많이 읽어라. 그러다 어느 순간 눈 앞에 미래가 펼쳐진다. 그때는 현실을 박차고 나와 그 미래를 향해 새로운 시도에 나서라. 물론 그러다보면 당연히 실패도 겪게 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마라. 실패에는 나름의 치료제가 있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만든 백신 치료제를 맞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들로 베스트셀러 코너는 언제나 만원이니까. 

한가지 명심할 것. 따뜻한 위로라는 백신을 너무 자주 맞으면, 몸이 나른해지고 유약해질 수 있다. 책의 위로는 꼭 필요할 때만 챙기고, 일단은 세상의 가혹한 현실에 더 자신을 던져보자. 책은 언제나 그대 곁에 있는 최고의 친구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그대를 대신해 인생을 살아주지는 못한다.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것은 온전히 그대의 몫이다.

앞으로 다가올 10년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떡 책을 읽어야 할까? 
다음 시간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 여러분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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